팬데믹 이후, K자형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 확산
최근 미국의 기업, 월스트리트, 연방준비제도(Fed)에 이르기까지 K자형 미국 경제(K-shaped economy)에 대한 언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의 유난히 복잡한 시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의 성장은 탄탄해 보이지만, 채용은 부진하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전반적인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들은 자신감이 떨어졌다. AI 투자가 급증하는 반면, 기업에서는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 임금 상승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가깝다.
K자형 미국 경제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상위 25%의 임금은 매년 4.6%씩 상승했지만, 하위 25%의 임금 상승률은 3.6%에 그쳤다.
아울러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의 29%가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hand-to-mouth) 상태인데, 이는 2023년 27%에서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K자형 미국 경제 회복 (이미지=미국상공회의소)
△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
ㅣ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어떻게 회복될지 예측하기 위해 등장했다.
ㅣ V자형 회복, 급격하게 하락한 후 급격하게 반등함을 뜻한다.
ㅣ U자형 회복, 급격하게 하락한 후 점진적으로 반등함을 의미한다.
ㅣ L자형 회복, 급격하게 하락한 후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고 장기간 계속됨을 말한다.
ㅣ K자형 회복, 급격하게 하락한 후 위와 아래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형태로 회복됨을 뜻한다. 부유층은 소득과 자산이 더 늘어나지만, 저소득층은 생활비 부담과 빚이 증가해 둘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K자형 미국 경제에 대한 증거들
매월 5천만 명 이상의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 포털,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에서도 25.11.28일 K자형 미국 경제를 짚었다.
그래프로 보는 K자형 미국 경제, The K-Shaped Economy in One Graph (이미지=인베스팅닷컴)
25.11월 소비자신뢰지수(US Consumer Confidence)는 예상치인 93을 밑도는 88.7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6.8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는 팬데믹으로 경제가 멈춰 섰던 2020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시간 대학교의 소비자심리지수(University of Michigan Consumer Sentiment survey) 역시 70년 만의 최저치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두 조사 모두 대다수의 소비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 주식 시장 등 지표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 미국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바닥이라는 것이 K자형 미국 경제의 핵심이다.
K자형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성과
K자형 경제의 본질은 삶을 위한 소비를 하면서 부를 지켜내거나 증가시킬 수 있느냐다.
근로 소득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계층과, 자본 소득을 누리는 계층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면, 경제성장의 온기가 아래로 흐르지 않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실종'이 일반화된다.
결국 K자형 경제는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사회 전체의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구조적 위기를 나타내는 현상으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팬데믹 기간 중 아동세액공제(CTC) 확대를 통해 가장 드라마틱한 성과를 거두었다.
6세 미만 아동 1인당 최대 3,600달러(약 470만 원)를 지급한 이 정책은 시행 직후 미국의 아동 빈곤율을 9.7%에서 사상 최저치인 5.2%로 낮추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저소득층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즉각 보전함으로써 K자의 하단을 위로 밀어 올린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은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Kurzarbeit)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켜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해고 대신 근로 시간을 줄이면 정부가 줄어든 임금의 최대 87%까지 보전해 주었고,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실업자가 되는 것을 막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팬데믹 기간 미국의 실업률은 14.7%를 기록한 반면,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제도를 활용한 유럽연합(EU)의 실업률은 6.6%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포르투갈은 공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하여 2025년 기준 월 1,015유로(약 145만 원)라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소득을 높여 내수 소비의 선순환을 이끌어냈다.
부동산 공화국에서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으로 전환
우리나라 역시 K자형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가장 약한 병목(Bottleneck)은 여전히 부동산 편중 현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다.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증여세 개편 등 뜨거운 감자들도 모두 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25.12.4일 발표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은 금융자산 24.2%와 실물자산 75.8%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특수한 구조 탓에 자산은 많으나 소비할 여력이 없는 '현금 없는 부자'가 많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민주권정부가 글로벌 K자형 위기 대응 사례를 바탕으로, 가구의 일상 경제 어려움 해소와 국가의 경제성장률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갇힌 자본인 부동산에만 편중된 자산을, 생산적인 자본 시장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다.
자본 시장에 '투기'가 아닌 '투자'한 가구는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따박따박 나오는 배당금이 제2의 월급 역할을 할 수 있어 소비 생활을 누릴 수 있고, 기업은 밸류업을 통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아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으며, 국가는 경제성장률을 지속 향상시킬 수 있다.
즉,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기업은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가계는 자산 형성의 기회를 얻으며, 국가는 경제 강국이 되는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