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에서는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을 위한 FORGE 회의에 참석했다.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가 이렇게까지 급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ㅣ 왜 핵심광물인가
핵심광물은 이제 단순한 자원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 되었다.
전 세계가 자원 무기화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핵심광물 확보 실패는 산업의 마비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상실로 직결된다.
핵심광물 점유 현황/전망 (자료=국제에너지기구 IEA)
핵심광물 수요 현황/전망 (자료=국제에너지기구 IEA)
자원 보유국들은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핵심광물을 전략광물로 지정하여 국유화, 자원개발 제한 및 수출통제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갈륨‧저마늄 등 주요 핵심광물을 2023년부터 수출통제,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을 수출금지, 칠레는 자국 기업이 주도하여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26.1.15일, 미국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핵심광물 및 파생상품 공급망 취약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80일 이내에 국가 간 협상을 통해 핵심광물 교역에 대한 '가격하한제 price floor' 도입과 실질적인 무역 제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최근 핵심광물을 둘러싼 긴박한 상황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원 무기화다. 자원을 확보한 특정 국가가 자원 공급을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경제적 압박의 도구로 활용하는 현상이다.
둘째 공급망 구조의 취약성 노정이다. 자연 파괴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채굴부터 제련까지 특정 국가에 의존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급과 수요의 붕괴 현상이다.
셋째 경제 안보 위기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생존이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에 종속된 현상이다.
이러한 자원 전쟁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 기업의 수입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 세계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각자도생의 한계를 절감하고, 협력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새로운 체제가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이다.
ㅣ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서 FORGE로
기존의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이 정보 공유 중심의 느슨한 협력체였다면, 26.2월 출범한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 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은 강력한 정치적 실행력을 갖춘 플랫폼이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첫 장관급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행정부 핵심 인사가 대거 참석하며 FORGE에 실린 압도적인 정치적 무게감을 입증했다.
G7을 포함한 56개 참여국은 이제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지정학적 운명 공동체로 움직이게 된다.
MSP vs FORGE 비교 (이미지=더THE인더스트리신문)
FORGE는 단순한 논의의 장을 넘어, 실제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 회원국 간 외교적 입장을 단일화하는 실행 중심의 플랫폼이다.
이는 56개국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작동하며, 공급망 전 주기에 걸쳐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간 거대 자원 연합군이 구축됐음을 의미한다.
ㅣ FORGE의 목표
채굴 단계에서, 독점적 공급권을 선점한다.
주요 광물 보유국과의 다자간 공동 투자를 통해 특정국의 자원 독점을 막고 안정적인 원료 확보 채널을 다변화한다.
제련·가공 단계에서, 원료 가치를 극대화한다.
글로벌 표준 기술을 공동 적용하여 원석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정제련 단계에서의 특정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춘다.
제조 단계에서, 첨단 산업에 적시 수혈한다.
확보된 소재를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공정에 막힘없이 공급하여 글로벌 제조 생태계의 영양분 역할을 수행한다.
재자원화 단계에서, 의존도 심화를 원천 봉쇄한다.
폐자원을 다시 제조업 원료로 환원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하여,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립 기반을 강화한다.
ㅣ 대한민국의 역할
우리나라는 이 거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주도권을 2026년 6월까지 쥐게 되었다.
단순한 참여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규칙을 만드는 '룰 메이커(Rule-maker)'이자 '설계자(Architect)'로서 FORGE 의장국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역할은 프로젝트 투자 촉진이다.
유망 광물 개발 및 가공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하고 회원국 간 공동 투자를 매칭한다.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고, 국내 산업계를 위한 공급처를 선점할 수 있다.
둘째 역할은 외교적 공조 강화다.
자원 무기화 등 지정학적 위기 시 회원국 간 신속한 외교적 조율과 공동 대응 방안을 주도한다. 글로벌 자원 분쟁 발생 시 대한민국의 대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역할은 이해관계자 소통 증진이다.
정부, 민간 기업, 연구 기관을 잇는 거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실질적인 산업 수요를 정책에 반영한다. 민관 협력을 통해 현장 중심의 자원 안보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넷째 역할은 재자원화 협력 촉진이다.
폐배터리 등에서 광물을 회수하는 기술과 표준을 공유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능을 강화한다. 자원 내재화를 통해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 중립을 선도할 수 있다.
ㅣ 재자원화를 통한 자원 내재화
FORGE 등 국제 협력을 통한 자원 확보가 중요한 만큼, 우리 내부에서 자원을 스스로 재창출하는 자원 내재화의 힘을 기르는 것도 시급하다.
핵심광물 재자원화 개념도 (이미지=산업통상부)
우리나라는 26.1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이은 '재자원화 산업 특수분류 고시'를 통해, 과거 '폐기물 처리업'에 머물렀던 재자원화 산업을 당당한 '핵심광물 제조업'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법적 지위의 변화를 넘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는 조치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 수요의 20%를 국내 재자원화를 통해 자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2026년 한 해에만 1,34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재자원화 시설과 장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백금(Pt), 팔라듐(Pd), 로듐(Rh) 등 핵심 금속 3종에 대해서는 GR(우수재활용) 품질인증기준을 마련하여 재활용 광물의 시장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재자원화는 천연 광석을 채굴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광물 회수율을 보이며 에너지 및 환경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원광 대비 광물 회수량이 배터리 광물은 20배, 금은 200배, 백금은 500배, 네오디뮴(희토류)은 80배에 달한다.
특히 원광 정제련과 비교할 때 에너지는 81%, 탄소 배출은 82%, 용수는 86%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ㅣ 안정적 자원 공급망이 만드는 미래
우리나라는 다자간 협력체인 FORGE 의장국 활동과 더불어, FORGE를 계기로 미국, 네덜란드, 멕시코, 인도는 물론 카자흐스탄, 캐나다 등 주요 광물 보유국 외교장관들과 별도 회담을 갖고 양자 간 실질적인 공급망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희소금속협력센터'를 설립하여, 상대국에는 기술 지원을 통한 산업 발전을, 우리나라에는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선 확보라는 상호 호혜적인 협력 토대를 쌓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텅스텐, 몰리브덴, 리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이 풍부하게 부존하고 있다.
이 센터들을 통해 해당 지역의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자원 무기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한국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중장기적으로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자 협력(FORGE), 양자 공조(중앙아시아), 그리고 국내 내재화(재자원화)가 결합한 삼각 편대는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하는 단단한 방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