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은 불을 때어 방바닥을 따뜻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고유의 복사식 난방방식이다.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에 ‘ondol’이라는 단어로 수록될 만큼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온돌이 대류식 난방법에 비해 위생적이고 따뜻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복사 냉난방’이란 새 이름으로 불린다.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Reichstag),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 박물관(Fondation Louis Vuitton), 덴마크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Copenhagen Opera House), 북유럽, 중국, 일본의 공공건물과 민간주택에 꾸준히 확대 설치되고 있다.
온돌(복사 냉난방)의 ‘22년 해외시장은 미국 연간 5조 5천억 원, 유럽 연간 3조 원, 러시아 310억 원 규모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하지만 중국이 온돌을 자국 내 소수 민족이 사용하는 전통 난방 기술로 국제 사회에 소개하고 있어 국가적, 산업적 차원의 대응도 시급하다.
온돌을 지켜낸 사례는 2005년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IEC/TC 64(전기설비 및 감전으로부터의 보호, Electrical installations and protection against electric shock)에서 건축물 바닥의 최고 온도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하려 했다. 좌식 생활이나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유럽인에게 29℃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온도 수준이다. 화상 등을 우려한 유럽은 29℃의 최고 온도 규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온돌문화는 따뜻한 바닥을 좋아하여 최적 온도를 30~35℃ 정도로 본다.
무역기술장벽에 관한 협정(WTO/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에서 각국이 ‘전기설비 기술기준’과 같은 강제 기술규정(Technical Regulation)을 제정할 때는 IEC 표준에 기초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의 제안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우리나라의 온돌문화도, 국내 기업들이 수출하는 온돌시스템이나 난방시스템도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이에 한국은 “바닥 난방온도는 각국의 생활 습관과 문화의 소산으로 일률적으로 최고치를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2005년 IEC/TC 64회의를 제주에 유치하여 위원회가 호텔 온돌방을 체험하도록 했다.
위원회의 국제표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온돌문화를 이해했고, IEC 60364-7-753에 ‘건축물 바닥 온도는 제한(예를 들어 35℃)되어야 한다.(In floor areas where contact with skin or footwear is possible then surface temperature of the floor should be limited. for example, 35℃)’는 내용이 표준화되었다.
국제표준이란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한국의 온돌문화와 국내 수출기업들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처럼 국제표준은 양날의 칼이다. 잘 다루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국익은 물론 민족문화의 정체성까지 해칠 수 있다. 표준전문가를 양성하고, 표준화 활동을 지원하고, 꾸준히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