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관세청은 25.12.29일 13시 03분 기준, 잠정 집계한 연간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 수출액 산정
ㅣ 기업들이 얼마를 벌었나(입금 기준)가 아니라, 우리나라 세관을 통해 얼마나 많은 가치의 물건이 외국으로 나갔나(통관 기준)를 산정한 것이다.
ㅣ 수출액은 개별 기업이 신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세청의 통관 데이터(UNI-PASS)를 기준으로 일괄 집계한다.
ㅣ 산업별로 물건을 넘겨주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는 시점과 기준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선박으로 인도(Delivery) 기준이다.
대한민국 수출 7,000억 달러는 우리 제품을 단순히 많이 팔았다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최상위권이라는 상징이고, 대한민국이 대외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제 체질로 진화했다는 증명이다.
수출 강대국으로 국격 변화
IMF 기준, 2025년 경제규모 비교 (이미지=더THE인더스트리 신문)
수출 7,000억 달러는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마(魔)의 고지'로 불린다.
현재까지 이를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딱 6개국뿐이다.
경제규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얼마나 대단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우리나라의 17.0배, 중국은 10.7배, 독일은 2.7배, 일본은 2.3배에 달한다.
특히 국토 면적, 인구수, 천연자원 보유, 군사력, 제국주의로 탈취한 유산 등 출발선 자체가 아예 다른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은수저 국가들을 흙수저 국가인 대한민국이 제쳤다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물류창고인 로테르담으로 들어온 물건들을 단순 가공하여 EU로 재수출한다. 이때 재수출하는 금액 전체가 수출 통계로 잡히기 때문에, 실제로 네덜란드가 만든 물건이 아니더라도 통계상으로는 수출 대국이 된다.
이는 국민주권정부가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해양수도로 부산을 육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아이콘
2025년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보호무역주의 확산, 일상화된 전쟁 등으로 대외 수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나빴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친위 쿠데타까지 발생하여 대내 환경 역시 최악인 상황이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수출 감소 등 경제 악화를 우려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도체 초격차, 자동차 시장 다변화, 조선산업 경쟁력을 십분 활용한 관세 협상 등 역발상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특히 상반기 수출 부진을 딛고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한 25.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월별 수출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은 경제와 정치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주었다.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민주주의와 경제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전 세계에 증명했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압축 성장 및 가속 성장의 신화
1948.8.1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당시, 우리나라의 첫 수출액은 고작 1,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77년 만에 수출 규모가 3만 6,000배 이상 커지는 압축 성장/가속 성장을 해 수출액 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제국주의와 6.25 전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1차 산업 국가에서 최첨단 산업부터 문화 산업까지 수출하는 스마트 파워(Smart Power) 국가로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류 경제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으로 불리는 이유다.
△ 스마트 파워(Smart Power)
ㅣ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하드 파워(Hard Power), 소프트 파워(Soft Power), 스마트 파워(Smart Power) 개념을 정립했다.
ㅣ 조지프 나이는 2021년에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에 출연하여 ‘누가 리더인가’라는 강연을 통해 대한국민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강연은 EBS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ㅣ 하드 파워(Hard Power)는 상대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밀어붙이는 힘'으로, 군사력, 경제력 등 강제력으로 상대국의 행동을 바꾸거나 저지할 수 있는 힘이다. "이걸 하면 보상을 주겠다" 또는 "이걸 하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는 당근과 채찍 방식으로 사용한다.
ㅣ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상대방이 나에게 스스로 따라오게 만드는 '끌어당기는 힘'이다. 문화, 과학기술, 민주주의 등이 갖는 매력을 통해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도 스스로 원하게 만든다.
ㅣ 스마트 파워(Smart Power)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섞어쓰는 힘'이다. 단순히 힘만 쓰거나, 매력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히 결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능력이다.
ㅣ 대한민국이 강력한 군사력, 경제력(하드 파워)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K-컬처(소프트 파워)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여, 수출을 늘리고 외교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스마트 파워다. 2025 경주 APEC를 떠올려보자.
수출과 일상생활의 선순환
수출은 우리나라 일자리의 버팀목으로, 내수가 어려울 때 수출이 일자리를 지킨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수출 100백만 달러당 약 6명 이상의 일자리가 유지되거나 새로 생긴다. 7,000억 달러 시대에는 단순 계산(7,000억 달러 ÷ 100백 달러 × 6명=420만 명)으로도 약 420만 명 이상이 수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급성장한 K-푸드, K-뷰티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고용 유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의 일상 생활을 안정시킨다.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등 에너지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한다. 올해 에너지 수입에만 1,174억 달러가 들었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돈 덕분에 국가 경제와 민생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출은 FDI를, FDI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올해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직접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투자는 단순한 자본 유입을 넘어, 글로벌 선진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국내로 전파되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외국 기업이 그 나라에 공장을 짓는다는 건 '향후 10~20년 동안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다'라는 확신과, '우리는 이 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신뢰의 표현이다.
아마존(AWS)의 데이터센터, 르노의 미래차, 엠코테크놀러지의 반도체 후공정 등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는 투자 지역의 인프라 개선, 직접 고용 창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
△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
ㅣ 단어 뜻 그대로 풀이 무성한 초원(green field)에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다.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직접 들어와 땅을 사고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투자 방식이다.
ㅣ 반대 개념은 브라운 필드(Brownfield)로, 이미 지어진 공장으로 오염된 갈색 땅을 의미한다. 이미 존재하는 기업을 인수하거나(M&A), 낡은 공장을 개조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