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6일, 그렇게 무겁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주가가 5.31%나 올라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어떤 것에 반응한 것일까?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GPU를 적용한 모바일AP 엑시노스 2800를 2027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부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AI 시대 리더십을 잡기 위한 체질 개선으로 받아들였다.
모바일AP_엑시노스 2100 (이미지=삼성전자)
△ 모바일AP(Application Processor)
ㅣ 모바일AP는 스마트폰의 두뇌다. 우리의 뇌에 모든 인체기관이 연결된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이 모바일AP에 연결되어 있다.
ㅣ PC의 CPU와 비슷해 보이지만 개념이 다르다. 모바일 AP는 CPU뿐만 아니라 GPU, 통신 모뎀 등을 하나로 합친 단일 칩 시스템(SoC)이기 때문이다.
ㅣ 손톱 크기의 모바일AP에 다양한 기능을 넣는 이유는 소비 전력 때문이다. 우리가 스마트폰 배터리를 오랜 시간 사용하려면 저전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한된 스마트폰 공간에서 고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기술 독립
그동안 삼성은 영국 Arm이나 미국 AMD의 아키텍처(설계도)를 빌려 써왔다. Arm이나 AMD가 설계한 아파트 평면도를 가져와, 내부 인테리어와 마감재만 삼성 스타일로 바꾼 것이다.
당연히, 삼성 스마트폰만의 특화 기능을 넣거나 최적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GPU 아키텍처를 확보했다는 것은 Arm이나 AMD와 파트너십 없이도 삼성만의 GPU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소수의 엔비디아, 퀄컴, 애플(팹리스)처럼 기술 독립을 이뤄냈다는 뜻이고, 극소수의 IP 기업(칩리스)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아파트 평면도부터 내부 인테리어와 마감재까지 삼성전자가 직접 설계하여 삼성만의 차별화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 엑시노스 GPU의 종속
ㅣ 엑시노스 2100의 Mali-G78은 Arm의 Valhall 아키텍처 기반 GPU다. 엑시노스 2100에는 14코어 구성으로 탑재되었다.
ㅣ 엑시노스 2200의 Xclipse 920은 AMD RDNA2 아키텍처를 모바일에 맞게 축소한 mRDNA 아키텍처인 Xclipse 920이 탑재됐다. 사실상 AMD의 mRDNA를 그대로 넣은 것이라서 삼성전자의 GPU IP라고 부르지 않는다.
ㅣ 엑시노스 2300의 Xclipse 930은 엑시노스 2300이 4nm 공정의 수율과 성능을 검증하는 인증모델(EVT, Engineering Validation Test)로만 남고 출시되지 않아 Xclipse 930 양산도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AMD 1세대 RDNA3 기반의 삼성전자 커스텀 GPU로, 삼성전자 GPU IP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ㅣ 엑시노스 2400의 Xclipse 940은 AMD 2세대 RDNA3 기반의 삼성전자 커스텀 GPU다.
ㅣ 엑시노스 2500의 Xclipse 950은 AMD 3세대 RDNA3 기반의 삼성전자 커스텀 GPU다. 삼성전자가 AMD 순정 설계보다 규모를 확장하였다.
ㅣ 엑시노스 2600의 Xclipse 960은 AMD 1세대 RDNA4 기반의 삼성전자 커스텀 GPU다. 삼성전자가 ENSS(Exynos Neural Super Sampling) 기술을 도입하여 제한된 전력 환경에서도 프레임 생성과 AI 기반 업스케일링이 가능하게 했다.
최적화를 통한 차별화
범용 GPU는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전력 낭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자 GPU를 쓰면 삼성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딱 맞춘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저전력, 고성능을 동시에 달성해, 배터리는 오래 가면서 AI 연산은 더 빠른 제품을 만들어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 온디바이스 AI
ㅣ 말 그대로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모바일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직접 실행하는 기술이다.
ㅣ 현재 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AI는 정보 처리를 위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해야 하므로 지연 시간이 발생하고, 전송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ㅣ 온디바이스 AI는 AI 기능을 기기에서 직접 실행하여 지연 시간이 줄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동작하기 때문에 보안성과 유연성이 향상된다.
엔비디아와 같지만 다르게
엔비디아는 서버용, PC용 GPU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GPU 개발 툴인 CUDA(Computed Unified Device Architecture),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자 개발 플랫폼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등을 통해 GPU 생태계 자체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축적된 모바일AP GPU를 토대로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스마트 글라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같은 온디바이스 AI 기기는 스마트폰처럼 배터리가 제한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엔비디아처럼 삼성전자가 독자 GPU 아키텍처를 가지면, 온디바이스 AI 기기 내부에서 이미지 인식(GPU) → 의미 해석(NPU) → 화면 출력(GPU) 등으로 이어지는 가장 효율적인 통로를 물 흐르듯이 최적화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구글과 안드로이드 AICore 및 제미나이 나노 관련 협업을 진행하여 디바이스에서 텍스트 생성과 같은 생성형 AI를 구현할 수 있다.
또 메타 Meta와 협력하여 PyTorch의 온디바이스 추론 솔루션인 ExecuTorch 프레임워크가 Exynos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백엔드를 공동 개발함으로써, AI 개발자가 Pytorch 모델을 사용하여 엑시노스 기반 디바이스에서 모델을 손쉽게 동작 및 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는 다르게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여, 엑시노스를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히 결합된 삼성만의 AI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 세계 빅테크들의 최고 파트너
삼성은 이제 자신들이 쓸 칩만 만드는 게 아니라 구글, 메타, 테슬라, 오픈AI 같은 기업들이 "우리만의 특수한 칩이 필요해"라고 할 때 이를 직접 설계해 주는 주문형 반도체(ASIC)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수요를 글로벌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지위를 활용하여 턴키(Turnkey) 솔루션이나 원스톱 AI 솔루션 형태로 제공한다면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ASIC 기업이 될 수 있다.
즉, 확보한 독자 GPU로 설계 → 삼성 파운드리에서 GAA 등 첨단 공정으로 생산 → 세계 1위인 HBM4 커스텀 메모리 자체 조달 → 2.5D/3D 등 첨단 패키징을 한 곳에서 다 한다면, 속도와 전체 품질이 생명인 AI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고객사와의 신뢰, 소프트웨어 생태계, 독자 GPU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삼성은 단순히 칩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 빅테크들의 AI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최고의 파트너로 거듭날 것이다.
△ 주문형 반도체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ㅣ ASIC은 CPU, GPU처럼 누구나 사서 쓰는 범용 반도체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ㅣ 엔비디아 GPU는 누구나 사서 입을 수 있지만, 내 몸에 완벽하게 맞지는 않는 기성복과 같다. 특정 AI 모델을 돌리기엔 불필요한 기능도 너무 많고 전기 소모도 너무 많다.
ㅣ ASIC은 구글, 메타 등 특정 회사의 서비스에만 최적화된 맞춤복과 같다. ASIC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것을 넘어, 전기료, 서버 공간 등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경제적 무기이기도 하다. 구글은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에 딱 맞춘, 전력은 덜 쓰고 연산은 더 빠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ASIC 형태로 확보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