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G20 남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한 것은 G20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각국은 이에 대해 복합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로이터(Reuters),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외신들은 Fractured Global Moment 문구로 G20이 내부적, 지정학적으로 분열했다고 표현했다. 이 문구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반응
먼저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G20 개최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의 불참으로 회의의 상징성이 대폭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은 미국의 불참에 대해 "그들 자신의 손해(Their Loss)"라고 언급하며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근본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G20 선언문의 기후 변화 대응, 개발도상국 부채 경감 등에 반대하며 선언문 채택을 미루도록 압박했지만, 남아공은 이례적으로 회의 첫날에 선언문(G20 South Africa Summit : 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했다.
이는 남아공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의제를 관철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반응
2026년 G20 차기 의장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이 '백인 역차별' 정책, '반(反)이스라엘' 정책을 편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소셜 미디어에 G20이 남아공에서 개최되는 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Really a Shame)"이라고 비난하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했다.
남아공 정부가 제시한 G20 선언문의 일부 의제가 미국의 정책과 충돌하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공식 통보하며, 미국의 불참을 명확하게 전달한 '의장 성명(Chair's Statement)'만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상 선언문 채택 후에는 "남아공이 G20 의장국 지위를 무기화하여 G20의 창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불참과 강경한 입장은 G20 창설국이자 글로벌 경제의 핵심 주체로서 다자주의와 국제 협력에서 스스로 이탈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가 강조한 기후 변화 대응, 개발도상국 부채 경감, 불평등 해소 등에 대한 반대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수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했다.
중국과 러시아 반응
중국은 시진핑 주석 대신 리창(Li Qiang) 총리가 참석했다.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브릭스(BRICS) 등 다른 협력체에 더 집중하려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중국은 G20이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문제로 인해, 막심 오레쉬킨(Maksim Stanislavovich Oreshkin)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참석했다.
2021년부터 지속된 불참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국제 다자 회의에 미치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릭스 BRICS
ㅣ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로 구성된 국제 협력체다.
ㅣ 전 세계 인구의 약 40%, 세계 GDP의 약 25%, 세계 영토의 약 26%를 차지하는 경제적, 인구학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ㅣ 2001년, BRIC는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Jim O'Neill)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이 미래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ㅣ 2009년, 러시아에서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공식적인 협력체로 발족했다. 미국, 유럽 중심의 국제 질서가 다변화된 세계 경제와 정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ㅣ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면서 BRICS가 되었고, 아프리카 대변자 역할까지 포함하게 됐다.
ㅣ 2023년, 남아공 정상회의에서 2024년 1월 1일부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아르헨티나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초청했다.
ㅣ 현재, 가입을 거부한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10개국 전체를 BRICS라 한다.
유럽 반응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였고,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택된 정상 선언문을 지지했다.
회의 기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지만, G20이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계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