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6일, 미군 대장,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제이비어 T. 브런슨(Xavier T. Brunson)이 칼럼을 발표했다.
아래는 칼럼 전문이다.
동쪽 방향 지도 (이미지=USFK)
동쪽 방향 지도(The East-Up Map) : 인도-태평양 지역에 숨겨져 있던 전략적 우위를 드러내다
The East-Up Map : Revealing Hidden Strategic Advantages in the Indo-Pacific
PA-001-25 | 2025년 11월 16일
제이비어 T. 브런슨(Xavier T. Brunson) 대장,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동쪽 방향 지도'는 전략적 이해와 전장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때때로 가장 심오한 전략적 통찰은 가장 단순히 관점 변화에서 비롯될 때가 있다.
위치, 지형, 서로 떨어진 거리와 함께 할 가능성 같은 지리적 관계가 군대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동맹국끼리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인도-태평양 전쟁구역에서, 군 지휘관은 지도를 보는 방식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이점을 놓칠 수 있다.
북쪽을 위쪽으로 놓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동쪽이 위쪽이 되도록 지도를 회전시키면, 완전히 새로운 전략 지도가 드러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지리적 관계를 보여주고, 이미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었다는 통찰은 한국이 변방의 위험한 전초기지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인식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 전쟁구역(전구, 戰區, Theater)
ㅣ 1차 대전, 2차 대전처럼 세계전쟁이 벌어졌을 때 여러 국가를 한데 묶어서 대응하는 개념이다.
ㅣ 미국은 태평양전쟁 이후 태평양과 인도양을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적용하고 있다.
북쪽 방향 지도(North-Up)의 사각지대
군사 교육은 장교들에게 지형을 분석하도록 훈련하지만, 지도의 방향이 지형 분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
북미를 중심으로 배치하는 북쪽 방향 지도는 다른 전쟁구역이 처한 전략적 현실을 가려버린다.
익숙한 관점이 전략적 효과를 제한하는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
전통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인도 태평양 지역이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해 보라.
미군이 잠재적인 분쟁 지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거리를 가로질러 전력 투사(Power Projection)해야 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섬들과 멀리 떨어진 동맹국들로 이루어진 광대한 공간으로 보인다.
이 관점은 전력 투사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이점들도 없애버린다.
△ 전력 투사(Power Projection)
ㅣ 원하는 곳에 원하는 힘을 보내는 능력이다. 즉, 자국의 영토를 벗어난 먼 지역에 군사력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운용하여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ㅣ 작전 지역까지 병력과 장비를 수송할 수 있는 능력, 군사력을 빨리 배치할 수 있는 능력, 배치된 전력이 지원 없이 오랫동안 작전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등 세 가지가 모두 가능할 때 전력 투사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동쪽 방향 지도(East-Up)의 전략적 우위
동쪽을 위쪽으로 놓고 같은 지역을 보면, 전략 지도는 극적으로 변한다.
인도 태평양 전략의 초석인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에 배치된 전력은 증원(Reinforcement)이 필요한 변방의 위험한 전초기지가 아니라, 위기나 비상사태 발생 시 미국이 침투해야 할 경계의 안쪽을 이미 선점하고 있는 병력이 된다.
△ 제1도련선(島鏈線, First Island Chain)
ㅣ 섬(島)들이 쇠사슬(鏈)처럼 연결되었다(線)는 뜻이다.
ㅣ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해상 방어망이다.
ㅣ 일본 규슈 남단부터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믈라카(Melaka/Malacca) 해협을 연결한 가상의 선이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한국이 '천연의 전략적 중심축(Natural Strategic Pivot)'임을 명확하게 비춰준다.
거리를 따져보면 한국의 평택 험프리스 기지(Camp Humphreys)는 잠재적 위협에 즉각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적 근접성(Proximity)을 확보하고 있다.
즉, 북한 평양에서 약 158마일, 중국 베이징에서 612마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500마일 떨어져 있다.
한국은 러시아의 북방 위협에 대처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서해에서 중국이 벌이는 군사 활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동해로 러시아 함대가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견제하고 제약할 수 있는 한반도의 역량을 부각시킨다.
이는 해당 해역을 더 방어하기 쉬운 해역으로 만들고, 적의 군사 활동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한국의 서해에서 보면 주한미군이 단순히 중국의 육군뿐만 아니라 북해 함대를 어떻게 견제하고 제약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동해와 서해에서 적의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반도의 거대한 전략적 잠재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가치는 제가 '중국 관점(Beijing Perspective)'이라고 부르는 시각, 즉 중국 지도자들이 보는 전략 지도를 상상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중국 관점에서 오산 공군기지 같은 시설에 있는 미군은 복잡한 전력 투사가 필요한 먼 위협이 아니라, 주변에 배치된 즉각적이고 가까운 위협으로 보인다.
이러한 근접성은 전통적인 북쪽 중심 지도가 가리기 쉬운 중요한 전략적 이점이다.
이러한 작전적 통찰은 동쪽 중심 지도가 단순히 이론적인 이해를 넘어서서, 기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실용적인 전략 계획을 가능하게 한다.
전략적 삼각관계 : 동맹 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
동쪽 방향 지도에서 얻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관계의 발견이다.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미국의 상호방위조약 세 파트너가 서로 고립된 양자 관계가 아닌, 서로 연결된 삼각관계의 세 꼭짓점으로 간주할 때, 그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훨씬 커진다.
삼각관계 틀은 각 꼭짓점에서 상호보완적인 역량을 제공한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및 협력 체계(Regional Architecture)의 중심축(Central Positioning)이자 방패(Strategic Depth)인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 군대를 견제하고 제약(Impose Costs)한다.
일본은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Contributes) 태평양 항로의 중요한 해상 요충지를 통제한다(Controls).
필리핀은 남쪽 해역에 접근할 수 있는 거점,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 교통로를 제공한다(Offers).
세 동맹국은 모든 수단(All Domains)을 통해, 각자가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하여(Situational Awareness), 위기 발생 시 미리 합의된 작전 계획과 교전 수칙에 따라 조율된 대응(Coordinated Responses)을 할 수 있는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동쪽 방향 지도로 보면, 세 나라의 지리적 배치가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삼각형 형태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기하학적 명확성(Geometric Clarity)은 북쪽 방향 지도에서 봤을 때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삼자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리적 제약에 대한 다른 생각
군 지휘관들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제약으로 지리적 제약(Tyranny of Distance)을 자주 언급한다.
거리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쪽 방향 지도는 현재의 배치가 북쪽 방향 지도가 가려버린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한 태평양의 규모는 지리적 제약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이미 전쟁구역 안에 배치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상대방을 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된다.
군 지휘관의 관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즉, 태평양의 광대한 거리를 가로지르는 전력 투사의 어려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미 획득한 전략적 위치(Strategic Positioning)가 거리를 장애물에서 이점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력이 전쟁구역 내에 적절하게 배치되어야만, 방어적 이점을 유지하면서 적들을 견제하고 제약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관계를 여러 관점을 통해 이해하면 더 정확한 작전 계획과 자원 할당이 가능해진다.
거리는 제약으로 남지만, 적절한 배치는 거리를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서 관리 가능한 도전으로 바꿀 수 있다.
전력 계획을 위한 함의
이러한 통찰은 현재의 전력 계획에 실질적인 함의를 지닌다.
첫째, 현재의 전력 배치, 특히 한국에 대한 배치는 현재 인식되는 것보다 더 큰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지휘자들은 이러한 배치를 증원이 필요한 위험한 전초기지로 보기보다는, 여러 적들을 즉각 견제하고 제약할 수 있으며, 이미 경계선 안에 유리하게 배치된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
둘째, 전략적 삼각관계의 틀은 동맹 파트너들이 미국이 혼자 짊어지던 큰 짐을 나눠서 짊어지고(Enhanced Burden-Sharing) 한국이 전략적 중심축, 일본이 해상 요충지 통제, 필리핀이 해상 교통로 통제처럼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Coordinated Capability Development)을 시사한다.
미국은 한국-미국, 미국-일본, 미국-필리핀처럼 서로 분리된 양자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각 파트너의 지리적 이점과 상호보완적인 역량을 활용하는 삼자 협력을 육성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작전 계획은 사각지대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
표준적인 북쪽 방향 지도는 특정 목적에 유용하지만, 동쪽 방향 지도는 가려져 있던 전략적 기회를 드러낼 수 있다.
특히 군 지휘자들에게 중국 관점 접근 방식은 적들이 미군의 배치를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고,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한다면 결코 알아차릴 수 없었던 이점들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략적 가정에 도전하기
동쪽 방향 지도를 활용한 사례는 모든 이들이,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반드시 도입해야 함(Imperative)을 보여준다.
즉, 전략 계획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믿음이나 전제인 근본적인 가정은, 현재의 변화된 안보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안보 환경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분석 틀 또한 그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지역 분석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최적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
군 지휘자들은 배치, 동맹 관계, 작전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가정에 정기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특정 관점에서는 불리하게 보이는 것이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상당한 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략적 경쟁 시대에, 이러한 통찰은 결정적일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 실행 및 분석
사관학교 등 일반 군사 교육기관(Military Education)에서는 다양한 관점으로 지도를 보는 과정을 커리큘럼에 통합하여, 학생들이 동일한 지리적 공간을 여러 방향 틀을 통해 분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최고 군사 교육기관인 육군 U.S. Army War College, 해군 U.S. Naval War College, 공군 Air War College, 합동 National War College 등 전쟁 대학(War College)에서는 적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국 관점 접근 방식을 포함하여, 서로 다른 지도 방향이 전략적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훈련을 포함해야 한다.
군 지휘자들은 인도 태평양을 분석할 때, 특히 동맹국들 간 역할 분담 등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할 때, 기존 전력 배치의 이점을 평가할 때, 동쪽 방향 지도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일본-필리핀 삼각관계의 기하학적 명확성은 동쪽 방향 지도 관점을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한국의 지리적 근접성은 적국에게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주어 실질적인 안보 효과를 제공한다.
또한, 이 지역 동맹국들과 동쪽 방향 지도나 중국 관점처럼 전통적이지 않은 새로운 분석 방식을 공유하고, 지리적 연결 관계와 서로의 이점을 똑같이 이해해야 한다.
특히 전략적 삼각관계 개념은 전통적인 양자 동맹 구조를 넘어선 삼자 동맹 논의에 유용한 틀을 제공할 수 있다.
결론
지리는 전략의 기초로 남아 있지만, 지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동쪽 방향 지도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북쪽 방향 지도가 가려버린 인도 태평양의 전략적 관계와 이점을 드러내 준다.
특히 동맹 간 협력 강화를 위한 틀로서 한국-일본-필리핀 전략적 삼각관계의 잠재력을 조명하는 동시에, 기존 전력 배치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즉각적 억지력을 입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새로운 전략적 경쟁 시대에, 우리는 전통적인 지도 관점이 우리의 전략적 상상력을 제한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우리가 찾는 지리적 이점은 이미 존재하고 있을 수 있으며, 단순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인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군 지휘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지리의 중요성이 아니라, 그것을 명확하게 보고 있는지, 그것이 제공하는 전략적 기회를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익숙한 관점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볼 용기가 있는지다.
때때로 가장 심오한 전략적 통찰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의 가장 단순한 변화에서 나올 때가 있다.
동쪽 방향 지도는 그러한 변화 중 하나이며, 지리적 제약의 불리함을 전략적 선점이라는 이점으로 바꾸고, 인도-태평양 동맹국 간 숨겨져 있던 협력의 기하학을 선명하게 보여준다.